교사로 일하면서 알림장을 수백 개 썼다. 그리고 이제는 매일 딸의 알림장을 받는 입장이 됐다. 오늘은 알림장을 써본 사람이 알림장을 읽는 방법을 이야기해보려 한다.알림장에서 아이가 그려지는 순간우리 딸은 요즘 색에 관심이 많다. 다만 모든 색은 아니고, 신호등의 빨간색과 초록색,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바나나의 노란색 위주다. 그런데 어느 날 알림장에 파란색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집에서 지켜보던 내 생각과 정확히 같았다. 매일 보는 엄마와 같은 지점을 짚어냈다는 건, 선생님도 그만큼 아이를 가까이서 보고 있다는 뜻이다. 파란색 이야기도 그랬지만, 더 기억에 남는 건 미꾸라지다. 우리 딸은 평소에 움직이는 생물을 무서워한다. 하루는 선생님이 미꾸라지를 직접 가져와 아이들이 관..
39도였다. 만 1세, 아직 말도 못 하는 아이가 교실에 계속 누워 있었다. 얼굴에 표정이 없었다. 아이들은 아프면 울 것 같지만, 내가 봐온 아이들은 정말 아프면 울지도 않는다. 그냥 기운 없이 누워만 있는다. 부모님께 연락을 드렸더니, 지금은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하셨다. 해열제를 먹여달라고. 미리 말해두고 싶다. 이 글은 아픈 아이를 보낸 부모님을 탓하는 글이 아니다. 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뭔지 교사도 안다. 대신 그날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부모가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게 뭔지를 쓰려고 한다. 아이가 아픈 날 아침, 발을 동동 구르며 검색하고 있을 부모님을 위해서.해열제는 아무 약이나 먹일 수 없다 — 투약의뢰서부모님이 해열제를 먹여달라고 하시면, 교사가 바로 먹일 수 있..
네 살(만 2세) 아이가 등원하다 말고 현관 앞에서 돌아서서 밖으로 도망간 적이 있다. 어머님과 내가 현관에서 아이를 맞이하던 중이었다. 그럼 어머님이 데리러 가시거나 내가 데리러 가거나 했는데, 대부분은 어머님이 나가셨다. 수시 입소한 아이의 첫 시기에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오늘은 3월 입소가 아니라 중간에 다니던 원을 옮기거나, 개인 사정으로 중간 입소를 한 아이들이 실제로 어떻게 적응해가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수시 입소, 1년에 5~6명 받으면서 겪은 것연령마다 받을 수 있는 정원이 있고, 정원이 다 차지 않은 반에는 연중 언제든 수시 입소가 들어온다. 그러니 어린이집 교사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다. 나도 많을 때는 1년에 5~6명을 받은 해도 있었다. 적응 기간은 아이들마다 다르다. 원래 우리 반..
나를 무슨 낯선 사람 보듯이 쳐다보면서 엄마 뒤에 숨는 아이들이 있다. 가기 싫다면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면서 현관에서 이런 아이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그런데 그 아이들을 오래 지켜보면서 알게 된 게 하나 있다. 현관에서 버티는 그 아이는, 교실이 싫은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거다. 오늘은 등원을 거부하는 아이가 있을 때 교사가 현관에서 실제로 뭘 하는지, 그리고 그 앞에서 부모님이 뭘 하면 되는지 말해보려고 한다.등원거부, 현관에서 낯선 사람 보듯등원을 거부하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님들은 잘 모르는 부분인데, 사실 교사들은 평소에 현관까지 안 나간다. 교실에서 먼저 온 아이들과 함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가 현관에서 안 들어오고 버티고 있으면, 그때는 교사가 직접 나간다. 부모님과 인사를..
반 배정 시즌이 되면 나는 원장님께 맡고 싶은 연령만 말씀드리고 그냥 마음을 비웠다. 어차피 배정은 원장님이 하시는 거니까.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10년 근무하면서 매년 이맘때쯤 겪던 일인데, 부모님들이 제일 궁금해하시는 것 중 하나가 이 반 배정이었다. 우리 아이는 어떤 기준으로 반이 정해지고, 담임은 어떻게 정해지는지. 오늘은 내가 현장에서 직접 겪은 그대로 정리한다.담임 배정, 교사 본인도 결과를 모른다학기 말이 되면 기관에서는 재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재원생들에게 재원신청서를 보낸다. 그걸로 퇴소할 아이들과 재원 할 아이들을 나누고, 비슷한 시기에 신입 원아도 받는다. 참고로 모집 방식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다르다. 유치원은 11월에 '처음학교로'를 통해 일괄 모집을 하고, 어린이집은 입소대기 ..
같은 만 1세 반에 16개월 아이와 24개월 아이가 함께 있다. 11월생과 3월생, 같은 반인데 개월수로 8개월 차이가 난다. 나는 어린이집 교사로 만 1세 반 담임을 하면서 이 차이를 매일 눈으로 봤다. 어린이집을 언제 보내야 하나 고민하는 부모님들이 많은데, 교사 입장에서 적당한 입소 개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내가 직접 겪은 그대로다.만 1세반 현실, 16개월과 24개월이 한 반내가 만 1세 아이들과 함께 있었을 때, 처음 만났을 때 기준으로 16개월부터 24개월까지 있었다. 반 아이는 총 14명, 각 반 7명씩이었고 교사가 나 포함 둘, 그리고 보조 선생님도 계셨다. 같은 만 1세 반이지만 24개월 3월생은 자기표현도 하고 스스로 하는 게 많았던 반면, 16개월 11월생은 반에서 적응이 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