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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도였다. 만 1세, 아직 말도 못 하는 아이가 교실에 계속 누워 있었다. 얼굴에 표정이 없었다. 아이들은 아프면 울 것 같지만, 내가 봐온 아이들은 정말 아프면 울지도 않는다. 그냥 기운 없이 누워만 있는다. 부모님께 연락을 드렸더니, 지금은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하셨다. 해열제를 먹여달라고. 미리 말해두고 싶다. 이 글은 아픈 아이를 보낸 부모님을 탓하는 글이 아니다. 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뭔지 교사도 안다. 대신 그날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부모가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게 뭔지를 쓰려고 한다. 아이가 아픈 날 아침, 발을 동동 구르며 검색하고 있을 부모님을 위해서.
해열제는 아무 약이나 먹일 수 없다 — 투약의뢰서
부모님이 해열제를 먹여달라고 하시면, 교사가 바로 먹일 수 있는 게 아니다. 순서가 있다. 먼저 투약의뢰서를 받는다. 그리고 약은 반드시 그 아이의 가방에 있는, 그 아이 개인의 해열제여야 한다. 원에 비치된 약이나 다른 아이의 약을 먹일 수는 없다. 그래서 아이 가방에 해열제가 없으면 부모님이 오시기 전까지 교사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진다. 해열제를 먹이면 아이 표정이 살아난다. 약 성분에 따라 지속시간은 다르지만, 내가 체감하기로 표정이 살아 있는 시간은 세 시간 남짓이었다. 그 시간이 지나면 다시 열이 오르는 아이들이 많고, 해열제를 먹여도 열이 안 떨어지는 아이들도 있다. 열이 내렸다가 다시 오르면 그때마다 부모님께 연락을 드린다. 교차복용이 가능한 다른 해열제가 가방에 있으면, 투약의뢰서를 다시 한번 보내달라고 연락드린다. 약이 바뀔 때마다 의뢰서도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열이 안 떨어지면 — 격리, 그리고 혼자 보내는 시간
해열제로도 열이 안 잡히면 다음 단계가 있다. 원장님께 보고를 드리고,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격리된다. 따로 마련된 쉴 공간으로 옮겨서 아이가 쉴 수 있도록 하는데, 그때부터는 담임이 아니라 원장님이나 보조교사가 아이를 돌본다. 담임은 교실에 남은 아이들을 봐야 하니까. 격리는 아픈 아이가 쉬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반의 다른 아이들에게 옮기지 않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담임인 나는 교실 아이들을 보다가 틈틈이 그 방에 갔다. 가서 체온을 재고, 컨디션을 살피고, 다시 교실로 돌아왔다. 아이가 평소 좋아하던 놀잇감이나 책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 아이는 엄마가 올 때까지 그 방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한다. 열이 심하게 안 떨어지는 아이는 대부분 5시 전에는 데리러 오셨다. 열이 좀 잡히는 아이는 더 늦게까지 있었던 적도 있다. 그 시간 동안 아이는 울지 않는다. 아프면 울지도 않는다. 기운 없이 누워만 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모습을 보는 게 교사한테는 제일 힘들다. 체온을 재고, 컨디션을 확인하고, 부모님께 연락을 드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그날 교사가 부모님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면
원망스럽지 않았냐고 물으면, 원망은 아니었다. 사정이 있겠거니 했다. 그리고 힘들어하는 아이가 안타까웠다. 그런데 그 방에 누워 있는 아이를 보면서 제일 많이 든 생각은 이거였다. 아이도 아이지만, 엄마 마음은 오죽할까. 아픈 아이를 두고 일하러 간 엄마가 지금 어떤 마음으로 시계를 보고 있을까. 그래서 나는 그런 날엔 틈틈이 연락을 더 드렸다. 열이 몇 도인지, 해열제 먹고 표정이 어떤지, 지금은 뭘 하고 있는지. 어차피 드려야 하는 연락이기도 했지만, 그 연락이 엄마가 오후를 버티는 힘이라는 걸 알아서이기도 했다.
그런 날이 올 수 있다면,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것
아이를 기관에 보내다 보면 이런 날이 온다. 아이는 아픈데 도저히 갈 수 없는 날. 그날을 위해 미리 해둘 수 있는 게 몇 가지 있다.
첫째, 아이 가방에 개인 해열제를 넣어두는 것. 위에서 말했듯 원에서는 그 아이의 약만 먹일 수 있어서, 가방에 약이 없으면 교사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교차복용을 대비해 성분이 다른 해열제를 준비하는 부모님들도 있는데, 어떤 약을 어떻게 준비할지는 소아과에서 아이에 맞게 상담받는 게 정확하다.
둘째, 투약의뢰서 쓰는 방법을 미리 알아두는 것. 요즘은 앱으로 보내는 기관이 많으니 우리 원은 어떤 방식인지 확인해두면, 급한 날 아침에 헤매지 않는다.
셋째, 우리 원의 등원 기준을 알아두는 것. 열이 나면 등원 자체가 안 되는 기준이 있는 기관도 있다. 감염병이 도는 시기엔 특히 그렇다. 기준을 미리 알아두면, 아침에 아이 이마를 짚으며 판단해야 하는 순간에 기준이 하나 생긴다.
넷째, 데리러 갈 수 있는 어른의 순서를 미리 정해두는 것. 엄마가 안 되면 아빠, 아빠도 안 되면 조부모님이나 이모님. 그 연락망을 원에 미리 알려두면, 열이 안 떨어지는 오후에 아이가 혼자 보내는 시간이 한 시간이라도 줄어든다. 그 방에서 기운 없이 누워 있던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게 부모가 미리 해둘 수 있는 것 중 제일 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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