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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배정 시즌이 되면 나는 원장님께 맡고 싶은 연령만 말씀드리고 그냥 마음을 비웠다. 어차피 배정은 원장님이 하시는 거니까.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10년 근무하면서 매년 이맘때쯤 겪던 일인데, 부모님들이 제일 궁금해하시는 것 중 하나가 이 반 배정이었다. 우리 아이는 어떤 기준으로 반이 정해지고, 담임은 어떻게 정해지는지. 오늘은 내가 현장에서 직접 겪은 그대로 정리한다.
담임 배정, 교사 본인도 결과를 모른다
학기 말이 되면 기관에서는 재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재원생들에게 재원신청서를 보낸다. 그걸로 퇴소할 아이들과 재원 할 아이들을 나누고, 비슷한 시기에 신입 원아도 받는다. 참고로 모집 방식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다르다. 유치원은 11월에 '처음학교로'를 통해 일괄 모집을 하고, 어린이집은 입소대기 시스템으로 연중 순번에 따라 들어간다. 다만 두 곳 모두 11월 전후로 설명회와 상담이 몰리는 건 비슷하다. 이 시기에 OT를 하고, 원장님이나 원감님과 상담 후 라운딩도 하면서 부모님들이 이 기관에 보낼지 말지를 고민하신다. 그럼 담임은 어떻게 정해지느냐. 교사들도 자기가 몇 세를 맡고 싶은지 원장님께 말씀드린다. 원장님은 그걸 고려해서 배정하신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내가 원하는 반과 실제 배정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교사들은 대부분 마음을 비운다. 어필이라고 해봤자 "그래도 한번 말은 해볼게요" 정도가 전부다. 원장님은 원 전체 사정을 보면서 배정하시니까, 교사 희망은 참고사항이지 결정 요인이 아니다. 부모님 입장에서 "저 선생님은 왜 저 반을 맡았지?" 궁금하실 수 있는데, 그건 교사 본인도 몰랐던 결과일 때가 많다.
아이들 배정의 기본 원칙, 월령 분산
아이들은 우선 월령별로 쭉 나열한다. 예를 들어 만 1세가 3개 반이고 3월생이 3명이면, 3월생을 각 반에 한 명씩 배정한다. 늦은 월령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한 반에 치우치지 않게 나눈다. 어느 반이든 빠른 월생부터 늦은 월생까지 비슷하게 섞이도록 하는 게 기본 원칙이다. 그리고 영아반은 대부분 투담임이다. 그래서 원장님이 반을 짤 때 두 교사가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을지도 많이 보신다. 한 반을 두 명이 같이 꾸려가는 일인데, 안 맞는 경우도 있다. 사람인지라 다 맞을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교사 조합도 배정에서 꽤 중요한 기준이 된다. 쌍둥이는 어떻게 되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이건 기관마다, 그리고 부모님 의사에 따라 다르다. 같은 반으로 붙여달라는 요청도 있고, 서로 의존하지 않게 떼어 달라는 요청도 있다. 정해진 답은 없고 상담 때 의논해서 정하는 부분이다. 참고로 소규모 기관의 혼합연령반에서는 연년생 형제가 같은 반이 되는 경우도 있다. 형제자매가 무조건 다른 반이 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기본 원칙에도 예외가 있다
이건 부모님들이 잘 모르는 부분인데, 어린이집 안에도 교사 직책이 있다. 원감님이 있고 주임선생님이 있다. 그리고 내가 겪은 기관들에서는, 직책이 있는 선생님 반에 빠른 월생 아이들이 조금 더 배정되는 경우가 있었다. 앞에서 말한 월령 분산이 기본 원칙이지만, 여기에 예외가 생기는 거다. 직책자는 담임 업무 외에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월령이 빠른 아이들은 이해가 빠르고 스스로 하는 게 많아서 손이 덜 가기 때문이다. 차이라고 해봐야 반에 두세 명 정도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그 두세 명이 체감상 크다. 다만 이건 모든 기관이 그런 게 아니다. 원장님 성향과 원 사정에 따라 다르고, 분산 원칙을 예외 없이 지키는 곳도 있다. 그러니 반 배정 결과만 보고 "우리 아이 반이 손해"라고 판단할 일은 아니다. 배정에는 부모가 볼 수 없는 변수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간다.
부모 요청은 어디까지 되나, 그리고 상담 때 할 말
요청은 많다. 어느 선생님 반으로 해달라, 어떤 아이와 떼어 놓아 달라. 원장님이 상황에 따라 들어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들어주려고 하시는 편이다. 안 될 때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드린다. 그런데 10년 동안 상담을 지켜보면서 느낀 건, 반 배정에서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일은 요청이 아니라는 거다. 상담 때 반 인원수를 묻는 것보다, 자기 아이의 성향을 자세히 말해주는 게 훨씬 크게 작동한다. 낯가림이 있는지, 낮잠 습관은 어떤지, 어떤 놀이를 좋아하는지. 이런 이야기는 담임교사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교사가 아이 성향을 미리 알면 적응을 도울 수 있는 폭이 완전히 달라진다. 어느 반이 되느냐보다, 그 반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얼마나 알고 시작하느냐가 3월의 적응을 좌우한다.
반 배정은 부모가 정할 수 없다. 사실 교사도 정할 수 없다. 하지만 배정된 그 반에서 아이가 어떤 3월을 보낼지는, 상담 때 부모가 건네는 이야기로 달라진다. 요청할 수 없는 것에 마음 쓰는 대신, 전할 수 있는 것을 충분히 전하고 오시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