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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살(만 2세) 아이가 등원하다 말고 현관 앞에서 돌아서서 밖으로 도망간 적이 있다. 어머님과 내가 현관에서 아이를 맞이하던 중이었다. 그럼 어머님이 데리러 가시거나 내가 데리러 가거나 했는데, 대부분은 어머님이 나가셨다. 수시 입소한 아이의 첫 시기에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오늘은 3월 입소가 아니라 중간에 다니던 원을 옮기거나, 개인 사정으로 중간 입소를 한 아이들이 실제로 어떻게 적응해가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수시 입소, 1년에 5~6명 받으면서 겪은 것

    연령마다 받을 수 있는 정원이 있고, 정원이 다 차지 않은 반에는 연중 언제든 수시 입소가 들어온다. 그러니 어린이집 교사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다. 나도 많을 때는 1년에 5~6명을 받은 해도 있었다. 적응 기간은 아이들마다 다르다. 원래 우리 반이었던 것처럼 바로 적응하는 아이도 있고, 한 달 넘게 걸린 아이도 있다. 서론의 그 아이처럼 현관 앞에서 밖으로 도망가는 경우도 있다. 그 아이의 도망가는 행동은 3~4일 정도 계속됐다. 그리고 적응한 뒤에도 가족여행처럼 며칠 쉬고 온 다음 날에는 다시 그러기도 했다. 다만 그건 적응이 리셋된 게 아니라, 며칠이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러니 연휴 뒤에 아이가 잠깐 되돌아간 것처럼 보여도 놀라지 않으셔도 된다. 3월 입소 아이들과 비교하면 뭐가 제일 다르냐면, 수시 입소한 아이는 친구들이 이미 적응을 다 했고 또래끼리 관계도 형성되어 있다는 걸 안다는 거다. 자기만 새로 들어온 걸 아이도 아는 거다. 그래서 처음엔 교사한테 많이 의지한다. 교사는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기관 생활에 필요한 기본생활습관을 스스로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수시 입소 부모의 불안은 3월 부모와 같다

    수시 입소라고 해서 부모님이 뭘 알고 맡기는 게 아니다. 하원 때 "오늘 울지는 않았어요?", "밥은 먹었어요?" 하고 물으시는 모습은 3월에 입학시킨 부모님들과 똑같다. 불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같은 거다. 그래서 그 마음을 생각해주는 게 이 시기 교사의 역할이다. 나는 부모님이 기관에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아이의 생활을 자세히 말씀드렸다. 기억나는 일이 하나 있다. 수시 입소한 아이가 손을 씻고 싶다며 혼자 교실 밖 복도 화장실로 나간 적이 있다. 복도 화장실에도 세면대가 있으니 틀린 행동은 아니다. 다만 우리 반은 교실 안에 세면대가 따로 있어서 아이들은 다 거기서 손을 씻는데, 새로 온 아이는 그 방식을 아직 몰랐던 거다. 전에 다니던 원에서는 화장실 세면대를 썼을 테니까. 그러니까 이건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 이전 원에서의 습관이다. 새로 온 아이의 실수라는 게 대부분 이런 식이다. 잘못이 아니라 낯섦이다. 나는 그런 모습도 하원 때 다 말씀드렸다.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를 말로 전해드리면 부모님들이 대부분 웃으신다. 귀여우니까. 그리고 그 웃음과 함께, 하원 때 묻던 질문들이 조금씩 줄어드는 게 보였다. 불안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부모 입장에서 뒤집어 말하면 이렇다. 수시 입소 후에 선생님이 아이의 이런 사소한 실수담까지 들려준다면, 그건 아이를 잘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궁금한 게 있는데 이야기가 없다면, 하원 때 물어보시면 된다. 오늘 우리 아이가 교실에서 뭘 낯설어했는지. 

    보름이면 "왜 OO 안 왔어요?"가 나온다

    수시 입소한 아이들 중에 먼저 다가가는 아이도 있지만, 대부분 처음엔 혼자 논다. 교사랑 놀거나 혼자 놀거나. 그래서 교사에게 기댄다는 거다. 그럴 때 나는 재원생들이 먼저 다가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재원아가 "선생님 이거 먹어봐요~ 맛있어요!" 하면 "음~ 맛있다. 우리 OO랑도 같이 먹을까?" 하면서 자연스럽게 놀이에 함께 어울리도록 돕는 거다. 아이들도 서로를 챙긴다. 누가 안 왔으면 "왜 OO 안 왔어요?" 하고 물어본다. 같은 반이라는 걸 서로 인지하고, 같이 놀았던 게 재밌었으니까 또 놀고 싶은 거다. 그렇게 공동체가 만들어지는데, 내가 본 아이들은 그 시간까지 대부분 보름 정도 걸렸다. 물론 이건 평균이지 기한이 아니다. 한 달 넘게 걸리는 아이도 있었고, 그 아이들도 결국 다 어울렸다. 우리 아이가 보름을 넘겼다고 늦은 게 아니라는 뜻이다. 현관 앞에서 도망가던 그 아이의 이름이 다른 아이들 입에서 "왜 OO 안 왔어요?" 하고 나오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때가 아이가 우리 반이 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적응은 아이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반 아이들이 그 아이를 받아들이는 시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