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되?' 밤 9시에 집에서 알림장을 쓰다가 든 생각이다. 나는 어린이집, 유치원 교사였다. 그리고 그 시간 내 옆에는 두 돌도 안 된 내 아이가 있었다. 알림장이 어쩔 땐 짧고, 어쩔 땐 길긴 길지만 내 아이의 이야기는 담기지 않은 반 전체 활동의 나열일 때가 있다. 오늘은 그 짧은 알림장 뒤에 있는 교사의 사정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알림장, 밤 9시에 집에서 쓴 적 있음
나는 최대로 많이 썼을 때 하루에 7명씩 알림장을 썼었다. 하루에 7개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교사마다 다 다르다. 나는 아이들 낮잠시간 안에 쓸 때도 있고, 그 이상일 때도 있었다. 그럼 퇴근 전까지는 썼다. 그때 못 쓰면 집에 와서 쓸 때도 있었다. 집에서까지 쓰는 날은 행사 전날, 행사 준비를 했을 때다. 그런 날은 알림장을 쓰는 시간이 밤 9시쯤 된다. 그런 날 알림장은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했던 내용을 나열해서 써드렸다. 하지만 각 개인의 잘 먹었던 음식, 대변 유무, 낮잠 시간 정도는 개인별로 항상 써드렸었다. 반 전체 나열로 쓰는 게 죄책감이 안 들었냐고 하면, 너무 바쁘니까 그땐 그게 최선이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나도 내 아이를 케어해야 하니까.
두 돌 아이 핸드폰 가져가려 했던 그날
그 당시 내 아이는 두 돌도 안 된 아이였다. 아빠가 옆에 있긴 한데 아이는 나한테 온다. 하루종일 못 보고, 내가 퇴근하자마자 앉아서 핸드폰 들고 글 쓰고 있으니 아이는 엄마가 뭐 하는지 얼마나 궁금하겠나. 아이는 내가 쓰고 있는 핸드폰을 가져가려 했다. 그때 나는 "잠깐만 기다려" 하고 말할 때도 있고, 어쩔 때는 화낼 때도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화가 났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되?' 하면서. 남의 아이들 하루를 부모님께 전달하려고, 하루종일 나를 기다린 내 아이를 밀어내고 있는 상황인 거다. 부모님들이 받는 알림장 한 개 뒤에는 이런 날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바쁜 날 알림장, 교사 사정 있다
알림장을 받다 보면 짧은 알림장이 있을 때도 있고, 반 전체적인 하루 일과의 나열글로 된 적도 있고, 나의 아이 이야기는 하나도 없을 때도 있을 거다. 그렇게 쓴 건 각자 교사의 개인 사정이 있을 거다. 물론 일관되게 항상 내 아이의 이야기를 써주는 교사도 있겠지만, 그게 꼭 잘못된 건 아니다. 나도 바쁜 날엔 전체 나열이 최선이었으니까. 다만 그런 날에도 기본적인 식사, 대변, 낮잠 같은 경우는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아무리 바빠도 그건 개인별로 항상 썼다.
하지만 1년 내내 우리 아이의 이야기가 없다면, 그건 선생님께 말씀드려도 될 것 같다. 알림장은 개인적으로 받는 부모와 아이의 소통공간이니까. 그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표현해 달라고 말씀드리면 된다. 짧은 알림장 며칠은 교사의 사정이지만, 1년 내내 내 아이가 없는 알림장은 다른 문제다. 그 선만 알고 있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