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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원에 오시는 행사 날이었다. 아이가 엄마 품에서 발버둥 치며 나에게 두 손을 뻗었다. 그리고 나를 가리키며 "엄마"라고 말했다. 아이의 진짜 엄마가 보는 앞에서 말이다.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그 아이, 그리고 그 엄마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우리 반 막둥이, 항상 혼자 놀던 18개월 아이
그 아이는 우리 반 막둥이였다. 18개월. 항상 혼자 놀았고 활동 참여가 안 됐다. 그래서 항상 옆에 누군가가 있어야 했고, 그 누군가는 대부분 나였다. 아이들 활동을 다 봐주고 나면 그 아이한테 가서 따로 또 설명해 줬다. 말하자면 하루에 같은 활동을 두 번씩 한 셈이다. 힘들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별로. 그게 나의 일인데. 반에서 제일 어린 아이라 항상 눈이 갔고 다칠까 봐 노심초사했다. 울면 달래주고 안아주고, 특별한 걸 해준 건 없었다. 그냥 다른 아이들보다 좀 더 눈이 간 것뿐이었다. 그렇게 매일 옆에 붙어서 같이 놀고 같이 먹고 같이 자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그 아이의 하루에 내가 제일 오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아이가 처음 내 이름을 불렀을 때
혼자만 놀던 아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내 이름을 말할 줄 알게 됐다. 마음이 찡했다. 얘가 내 이름도 아는구나! 가르친 보람이 있다 싶었다. 그리고 집에서 내 이름을 알려주셨을 부모님께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친구들 이름도 하나씩 부르기 시작했고, 소변기에 관심도 갖기 시작했으며, 활동도 곧잘 따라왔다. 항상 혼자 놀아서 옆에 붙어 있어야 했던 아이가 부쩍 자라고 있었다. 부모님도 진심이셨다. 매번 편지로 감사 인사를 전해주셨는데, 엄마만 쓰는 것도 아니고 아빠도 써주셨다. 내가 자기 아이의 첫 선생님이라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그 편지를 받았을 때 진심이 느껴져서 나도 감사했다. 아이 성장을 위해 가정과 연계해 교육이 필요한 부분을 말씀드리면 바로바로 집에서도 해주셨다. 그렇게 서로 진심이 오갔다.
엄마 앞에서 나를 "엄마"라고 부른 날
그런데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나를 "엄마, 엄마" 하면서 따랐다. 처음 들었을 땐 "나 엄마 아니야~" 했지만 속으로는 생각이 많아졌다. 그렇게 느낄 만큼 나랑 있는 시간이 긴가. 그리고 그 행사 날이 왔다. 아이는 나를 보자마자 엄마 품에서 발버둥 쳤고 나에게 안아달라며 두 손을 뻗었다. "우리 OO, 엄마랑 같이 왔네~" 하며 안아준 후 엄마에게 건네려는데 아이는 울며 몸을 활처럼 뒤로 젖혔다. 당황한 엄마가 "엄마랑 재밌는 거 하러 가야지~", "저기 까까도 있대~" 하며 달랬지만, 아이는 나를 가리키며 "엄마"라고 말했다. 순간 아이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둘 다 아무 말 없이 서로 쳐다만 봤다. 엄마는 아이를 힘껏 안고 자리를 피하셨고, 나는 두 사람의 시간을 위해 아이 눈에 최대한 안 보이는 곳에 가 있었다. 그날 집에 가면서 마음 한편이 아팠다. 어머님께 죄송했고, 얼마나 속상하실까 싶었다.
그건 아이가 엄마를 잊어서가 아니다
교사로 일하면서 알게 된 게 있다. 이 시기 아이들에게 "엄마"는 특정한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다. 자기를 돌봐주는 사람, 지금 기대고 싶은 사람에게 붙이는 말에 가깝다. 하루 중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함께 보내는 교사에게 "엄마"라고 하는 아이는 영아반에 종종 있다. 그러니까 그날 그 아이의 "엄마"는, 엄마를 잊었다는 뜻도 엄마보다 교사가 좋다는 뜻도 아니었다. 그냥 그 순간 안기고 싶은 사람이 나였을 뿐이고, 시간이 지나 말이 트이면 아이는 정확하게 구분해서 부른다. 실제로 그 아이도 그랬다. 그날 그 어머님께 이 말을 바로 해드렸어야 했는데, 나도 처음 겪는 일이라 그러지 못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아이를 기관에 오래 맡기면서 비슷한 순간을 겪은 분이 있다면, 그건 부모가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 아니라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다. 아이는 엄마를 잊지 않는다.
그 가족과는 아이가 수료한 뒤에도 내가 퇴사하기 전까지 계속 만났다. 지금도 가끔 그 아이가 생각난다. 나에게 이 일은 다시 돌아갈 곳이다. 분명히, 보람 있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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