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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수가 낮으면 "응" 한마디. 가끔은 눈도 안 마주친다. 그럴 때마다 생각했다. 하... 또 그러시는구나. 어린이집 교사의 일상에는 아이들만 있는 게 아니다. 원장과 교사 사이의 갈등, 그리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있다. 10년 동안 여러 기관을 거치며 겪은 일들 중, 아이들 뒤에서 벌어지는 어른들의 세계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엄마들 댓글이 곧 교사의 점수였다

    반마다 아이들과 하는 활동이 다르니, 그 활동에 대한 부모님들의 반응도 반마다 다르다. 문제는 그 반응, 그러니까 댓글로 원장님이 교사들을 평가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거다. 점수가 높으면 어떻게 되냐면, 예쁨이다. 더 신경 써주고, 간식이 있으면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회의 시간에 다른 교사들 앞에서 "OO반 선생님이 이번에 한 활동 반응이 좋더라" 하고 칭찬한다. 인사할 때, 말할 때의 온도가 바뀐다. 반대로 점수가 낮으면 말투부터 달라진다. "응" 하고 끝. 가끔 눈도 안 마주친다. 그 온도만 봐도 오늘 우리 반 댓글 반응이 어땠는지 짐작이 갔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라고 준비한 활동인데, 어느 순간 잘 보이기 위한 점수판이 되어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보다 댓글 반응이 먼저가 되는 순간, 그건 교육이 아니라 평가다.

    하루 만에 바뀌는 온도 그 온도는 고정도 아니었다.

    왔다 갔다 한다. 얼마 만에 바뀌냐고 물으면, 정해진 게 없다. 다른 반 활동에 대한 부모님들 반응에 따라 바뀌기도 하고, 어제까지 웃으며 인사하던 분이 오늘은 "응" 한마디로 끝내기도 한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내가 알 수 있는 건 누군가 원장실에 다녀갔다는 것뿐이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누가 가서 다른 교사들 이야기를 전한다는 말이 돌았다. 누가 뭘 하기 싫다고 했다더라 하는 투정까지 들어간다는 얘기도 있었다. 사실인지 아닌지 내가 확인할 길은 없었다. 확실한 건 온도가 하루 만에 바뀐다는 것, 그리고 그 변화에 이유를 알 수 없는 날이 많았다는 것이다. 진짜 사회생활은 다 똑같나 보다. 아이들을 돌보는 곳이라고 해서 어른들의 세계가 다를 건 없었다. 오히려 좁은 공간에서 매일 같은 얼굴을 보는 사이라 회사보다 더 촘촘하게 느껴졌다. 교실에서는 아이들에게 사이좋게 지내라고 가르치면서, 교무실에서는 어른들이 점수를 계산하고 있었다.

    나는 그 게임을 안 하기로 했다

    나는 무시했다. 내 일만 잘하면 되니까. 그러면서까지 예쁨 받고 싶지는 않았다. 그게 쉬웠냐고 물으면, 아니, 쉽지는 않았다. 따가운 눈초리가 느껴지니까. 제일 따가웠던 건 그냥 애들이랑 있을 때였다. 계속 지켜보신다. 점수를 쌓지 않는 교사는 지켜보는 수밖에 없으셨나 보다. 지켜보는 걸 알면서도 나는 그냥 있었다. 그 시선 속에서도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활동을 준비하고, 내 반 아이들의 하루를 챙겼다. 등 뒤의 시선은 내가 어쩔 수 없지만, 내 앞의 아이들은 내가 어쩔 수 있는 부분이니까. 점수판 위에서가 아니라 아이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버티면서 정한 게 하나 있다. 원장님의 예쁨은 내가 만들 수 없지만, 아이들의 하루는 내가 만들 수 있다는 것. 원장님의 온도는 매일 바뀌었지만, 아이들을 대하는 나의 온도는 바꾸지 않는 것. 그게 내가 그 보이지 않는 신경전 속에서 끝까지 지켜낸 한 가지다. 그리고 앞으로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아마 같은 방식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