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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식하다가 국물이 아이 발등에 튀었다. 그때 나는 잠깐 자리에 없었고, 함께 있던 선생님은 아이에게 "괜찮아 괜찮아" 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그날 저녁, 아이 발등이 빨갛게 올라온 걸 보고 부모님이 원으로 전화를 하셨다. 아이는 "선생님이 했다"고 전했고, 그 연락은 원장님실로 갔다. 담임인 나는 그 시점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다. 발등에 빨간 자국이 생긴 정도였고, 연고를 바르고 금방 나았다. 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두 곳에서 교사를 했다. 그 일을 겪고 정리하게 된 것들을 써본다.
먼저 전제 하나. 내가 근무한 곳은 키즈노트 같은 앱을 쓰지 않았고, 모든 전화가 원장님실로 들어오는 구조였다. 앱으로 담임과 바로 연결되는 기관이라면 아래 이야기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그날 부모님의 선택은 옳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결과적으로는 가벼운 화상이었지만, 그날 저녁 그 발등을 처음 본 부모님은 그걸 알 수 없었다. 뜨거운 국물이 튄 자리가 빨갛게 올라와 있는데, 원에서는 아무 연락도 없었던 상황이다. 그럴 땐 담임에게 먼저 물어보고 답을 기다릴 일이 아니다. 바로 원장님께 연락하시는 게 맞다. 실제로 그렇게 됐기 때문에 원에서 상황을 확인하고 병원에 갈 수 있도록 처리했다. 나도 그 과정에서 함께 있던 선생님께 상황을 여쭙고 원장님께 말씀드렸다. 담임 입장에서 난처했던 건 사실이다. 내가 모르는 일이 나를 건너뛰고 원장님께 먼저 갔으니까. 그런데 그 난처함은 내 사정이지 부모님이 고려하실 부분이 아니다. 아이가 다쳤을 땐, 그것도 얼마나 다친 건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가장 빠른 경로가 맞다.
원에서 먼저 말해주지 않았다면
사실 그날의 진짜 문제는 부모님이 담임을 건너뛴 게 아니었다. 원에서 먼저 알려드리지 못한 것이었다. 이런 일은 생각보다 흔하다. 악의라기보다는, 그 순간 아이가 울지 않았고 겉으로 표시가 안 났기 때문에 넘어가는 거다. 하지만 화상이나 타박은 몇 시간 뒤에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하원 후에 아이 몸에 뭔가 올라와 있으면, 원에 확인해달라고 하시는 게 맞다. "혹시 오늘 무슨 일 있었을까요"가 아니라 "발등이 이렇게 됐는데 언제 어떻게 된 건지 확인 부탁드립니다"로 물으시는 편이 낫다. 전자는 "특별한 일 없었어요"로 끝나기 쉽고, 후자는 원에서 확인을 하고 연락을 드린다.
아이 태도, 친구 관계는 담임에게
다친 일이 아닌 이야기들이 있다. 요즘 어린이집 가기 싫어한다, 친구랑 잘 못 어울리는 것 같다, 선생님이 우리 아이한테 좀 무뚝뚝한 것 같다. 내가 있던 곳은 전화가 다 원장님실로 갔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도 담임을 거치지 않고 먼저 올라갔다. 이런 건 담임에게 하시는 게 빠르다. 반 운영은 담임이 하고, 실질적인 조치도 결국 담임이 하기 때문이다. 원장님께 말씀드려도 결국 담임에게 전달되고, 담임이 움직여야 뭐가 바뀐다. 한 단계를 더 거치는 셈이 된다. 담임이 하는 일은 대체로 이런 것들이다. 자유놀이 시간에 그 아이 옆에 붙어 며칠 관찰한다. 자리나 짝을 바꿔본다. 갈등이 반복되는 친구가 있으면 그 아이 부모님과도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하원 때 "오늘은 이랬습니다" 하고 전한다. 말씀해주시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부모님이 많은데, "저희 아이가요?" 하고 방어부터 하는 교사는 드물다. 대부분은 정보가 없어서 못 보고 있었던 거라, 알려주시면 그때부터 본다.
담임 태도가 문제로 느껴질 때
가장 애매한 경우다. 담임이 문제인데 담임에게 말하라니 이상하게 들린다. 그럼에도 담임과 푸는 쪽을 권하는 이유는, 아이를 매일 여덟 시간 대할 사람이 담임이기 때문이다. 원장님을 통해 전달되면 담임은 "지적받았다"는 형태로 그 이야기를 듣는다. 부모님이 직접 말씀하시면 "부모님이 이런 걸 신경 쓰시는구나"로 듣는다. 같은 내용이라도 이후 관계가 달라진다. 담임이 그 원에 온 지 얼마 안 된 시기에는 원장님이 상황을 정확히 모르셔서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다만 예외는 있다. 아이를 대하는 방식이 훈육 수준을 넘어선다고 판단되면, 그건 담임과 조율할 문제가 아니다. 원장님께, 필요하면 그 위로 가는 게 맞다.
정리하면, 원장님께 할 연락은
첫째, 아이가 다친 일. 병원에 갈 수도 있는 상황이면 담임 연락 가능 시간을 기다리지 말고 바로.
둘째, 원 운영에 관한 것. 행사 진행, 전염병이 도는데 관리가 미흡해 보이는 경우 등 반 하나를 넘어서는 사안.
셋째, 시간 문제. 담임이 전화를 못 받는 시간대에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원장님께 먼저 간다고 담임에게 불이익이 가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만 시간이 한 단계 더 걸릴 뿐이다. 애매하면 아무 데나 하셔도 된다. 원내에서는 어차피 다 공유된다.
담임 연락 가능 시간은 미리 확인해두시는 게 좋다
내가 근무했던 곳은 아침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연락이 가능했다. 9시부터 3시 사이에는 못 받는다. 수업, 급식, 낮잠 지도 중이라 휴대폰을 볼 수 없다. 이건 기관마다 다르다. 대부분 학기 초 OT 때 연락 가능 시간대를 안내한다. 우리 원은 몇 시부터 몇 시까지인지 한 번 확인해두시면 급할 때 헤매지 않는다. 6시 이후 연락은 교사 재량이다. 나는 대부분 받았다. 급한 일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내가 받은 거지, 받아야 하는 시간이라서 받은 게 아니다. 급한 일이 아니라면 다음 날 아침이 낫다.
그날 일을 정리하면서 남은 결론은 이렇다. 다친 일은 순서를 따지지 말고 가장 빠른 곳으로. 아이의 생활에 관한 이야기는 실제로 움직일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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