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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동안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일하면서 상담 때 자주 들은 말이 있다. 아이가 집에 와서 "OO가 저랑 안 놀아준대요"라고 했다는 거다. 그런데 교실에서 그 장면을 보면 상대 아이가 거절한 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아이가 놀고 싶은데 말을 못 해서 가만히 지켜보다가, 그걸 안 놀아준다고 이야기하는 거다. 그중 기억에 남는 아이가 한 명 있다.

    조용한 아이는 교사에게도 오지 않는다

    내가 맡았던 반에 조용한 아이가 있었다. 교사에게도 좀처럼 표현하지 않는 아이였다. 친구 일로 속상한 게 있어도 나에게 와서 말한 적이 없었다. 내가 그 일을 알게 된 건 어머님을 통해서였다. 친구들이 하던 놀이에 끼고 싶었는데, 며칠째 말을 못 꺼내고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날은 내가 먼저 다가갔다. "엄마한테 들었어. OO 속상했겠다." 아이는 "네"라고만 했다. 거기서 대화가 끝나지는 않았다.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 건 나였다. 조용한 아이에게 "무슨 일이야?"라고 물으면 대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아는 상황을 먼저 꺼내놓고, 아이는 거기에 맞다 아니다로 답하는 식으로 갔다. 그렇게 조금씩 아이 쪽 이야기를 채웠다. 그리고 상대 아이에게도 갔다. 나쁜 마음이 있었던 게 아니라 그냥 몰랐던 거다. 그 아이의 마음을 안 상대 아이는 그 후 같이 노는 모습이 보였다.

    어머님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몰랐다

    이 일에서 중요한 건 아이가 나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교사는 자유놀이 시간 내내 아이들을 보고 있다. 그런데 소리가 나는 갈등은 눈에 들어와도, 혼자 삼키는 아이는 잘 보이지 않는다. 언성이 높아지면 바로 가지만, 조용히 물러나 있는 아이는 그냥 혼자 노는 아이로 보인다. 어머님이 전해준 그 한마디가 없었으면 나는 끝까지 몰랐을 거다. 아이가 집에서 그런 말을 하면, 바로 상대 아이 문제로 보시기 전에 담임에게 한번 물어보시면 좋겠다. 단순한 오해였을 수도 있고, 반대로 이렇게 교사가 놓치고 있던 걸 부모님이 먼저 아시는 경우도 있다.

    자유놀이 시간에 교사가 하는 일

    부모님들은 자유놀이 시간을 "그냥 놀았다"로 아시는 경우가 많다. 유아반은 낮잠이 없어서 이 시간이 교사의 업무 시간이기도 하다. 영아반의 낮잠 시간에 해당하는 자리다. 다만 원칙이 하나 있다. 업무를 보더라도 몸은 아이들 쪽을 향해 있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등지고 앉는 건 안 된다. 시선이 떨어지는 순간이 사고가 나는 순간이라, 그건 어느 원에서든 지키는 선이다. 그 시간에 교사는 업무를 보면서 동시에 아이들을 본다. 위험한 행동은 안 된다고 알려주고, 갈등이 생기면 잘 풀 수 있도록 돕는다. 대신 놀이 중간에 개입은 하지 않는다. 놀이 자체가 배움이고, 아이들이 놀이에 빠져들면 그 집중이 말도 못 한다.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잘 안 될 정도다. 그래서 잘 놀고 있는 아이들보다는 갈등이 있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는 아이들 쪽으로 많이 간다. 그리고 6세, 그러니까 만 4세부터는 또래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친구에게 어떻게 말할지 고민하고, 친구가 한 말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7세가 되면 친한 아이들끼리 무리를 지어 논다. 그 시기의 아이들을 보는 눈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다.

    서로 물어봐야 안다

    6, 7세의 또래 문제는 빨리 해결하고 넘어가는 것보다, 아이가 속상한 마음이 어떤 식으로 생겼는지까지 듣는 게 먼저다. 조용한 아이는 그 과정 없이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교실에서 실제로 어떤 장면이었는지는 그 시간에 있던 사람만 안다. 그리고 집에서 아이가 어떤 말을 했는지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만 안다. 그래서 서로 물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