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수원 해우재 박물관에 다녀왔다. 현재 배변훈련 시기라 아이와 더 즐겁게 다녀왔던 것 같다. 우리 아이의 또래 아이들에게 꼭 추천하는 공간이니 방문해보길 바란다.
배변훈련 시기에 딱 맞는 곳, 변기 모양 건물부터 신기했다
요즘 한창 배변훈련 중인 딸과 수원 해우재박물관에 다녀왔다. 변기와 친해지는 게 숙제인 시기라 그런지, 이 박물관이 평소보다 훨씬 즐겁게 다가왔다. 경기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에 있고 관람 시간은 보통 10시부터 18시까지다. 입장료는 무료이고 월요일은 휴관이라 방문 전에 꼭 확인해야 한다. 이곳은 2007년에 지어진 변기 모양 건물이다. 건축면적은 419.64㎡이고 대지는 약 1,994㎡ 규모다. 도착해서 건물을 본 딸의 반응이 잊히지 않는다. "엄마 이거 변기야?" 하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니 한참을 움직이지 않고 쳐다봤다. 배변훈련 중이라 변기에 누구보다 진지하게 관심을 갖던 시기였는데, 그 관심이 박물관 건물 앞에서 그대로 터진 셈이었다. 해우재박물관은 2010년 10월 30일 박물관으로 문을 열었다. 전 수원시장 심재덕 선생의 집을 활용했는데 그는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을 이끈 인물이다. 그래서 단순한 포토존보다 의미가 깊다. 2007년 11월 세계화장실협회 창립 분위기 속에서 이 집은 큰 주목을 받았고 변기 모양 집이 언론에 소개되며 화장실도 문화가 된다는 메시지가 퍼졌다.
야외 공원, 변기 조형물마다 신나게 앉아봤다
2012년에는 야외 화장실문화공원이 조성됐다. 조형물이 많아서 27개월 아이도 지루해할 틈이 없었다. 딸은 변기 모양 조형물마다 쪼그려 앉아서 자기도 변기에 앉는 흉내를 냈다. 평소 집에서는 변기 앉기를 거부하다가 여기서는 신나서 먼저 앉으려고 했다. 배변훈련 중인 아이를 데리고 오면 이런 식으로 거부감 없이 변기와 친해질 기회가 생기는구나 싶었다. 방문 순서로는 실내 전시부터 보는 게 맥락 잡기에 좋다. 변기 모양 건물 내부를 먼저 보면 세계 화장실 역사와 위생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사진만 찍고 나오면 절반만 본 셈이다. 야외 공원은 천천히 걸으면서 조형물을 구경하면 된다. "왜 화장실이 깨끗해야 할까?" 같은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좋다. 27개월이라 대답은 제대로 못했지만 엄마가 묻는 말을 흥미롭게 듣는 모습이 보였다.

같이 가면 좋은 장소, 수원화성·만석공원과 묶으면 딱이다
처음엔 웃음이 나오는 박물관인데 보다 보니 곧 질문이 생겼다. 왜 화장실을 박물관으로 만들었을까. 심재덕 선생은 화장실은 문화다라는 취지의 말을 자주 남긴 인물로 알려져 있다. 수원시는 그를 미스터 토일렛으로 소개한다. 세계화장실기구 창립자 잭 심은 화장실은 존엄과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해왔다.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 JMP 2023 보고서는 기본 위생시설 미이용 인구를 약 15억 명으로 본다. 이 숫자를 보고 나니 박물관 분위기가 갑자기 진지해졌다. 배변훈련이라는 일상적인 숙제 때문에 이곳을 찾았는데, 의도치 않게 위생과 화장실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다. 아이는 당연히 이런 메시지를 이해할 나이는 아니지만, 변기와 친해지는 시기에 이런 공간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방문이었다. 해우재박물관만 보면 관람 시간은 짧을 수 있다. 수원화성이나 만석공원과 함께 묶으면 반나절 수원 코스로 만족도가 올라간다. 우리 아이와 같은 시기, 그러니까 배변훈련 중인 또래 아이들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은 공간이다. 변기를 무서워하거나 거부하는 시기라면 이곳에서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번쯔 방문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