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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 루덴시아 공주놀이 

    딸이 요즘 공주 놀이에 완전히 빠져있다. 루덴시아 사진을 처음 봤을 때 딱 떠오른 게 있었다. 유럽 감성 건물들 사이에서 드레스 입히고 사진 찍으면 딱이겠다 싶었다. 평소에 좋아하던 드레스도 꼼꼼하게 챙겨서 출발했다. 머릿속으로는 이미 예쁜 사진이 가득 찬 상태로 도착했다.
    막상 도착하니 현실은 달랐다. 구역마다 계단이 끊임없이 나왔다. 처음엔 혼자 올라가보려던 딸이 계단이 반복되자 점점 지치기 시작했고 결국 "안아줘"를 반복했다. 스스로 오르게끔 유도도 해보고 기다려도 봤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지쳤는지 딸이 먼저 "공주 옷 시러!"를 외쳤다. 공주놀이를 하러 간 건데 정작 딸이 먼저 드레스를 벗어달라고 한 것이다. 집에서는 그렇게 입혀달라고 조르던 아이였는데, 막상 계단이 많은 현실 앞에서 드레스는 걸리적거리는 물건이 돼버렸다. 공주 컨셉으로 방문할 계획이라면 이 구조는 미리 감안하고 가는 게 좋다.
    유모차도 중간에 포기했다. 땅이 고르지 않아 유모차가 이동할 때마다 덜컹덜컹 움직였고, 계단이 워낙 많아서 구역을 이동할 때마다 아이를 한 손으로 안고 휴대용 유모차를 다른 손으로 들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처음엔 그렇게 버텼는데 체력 소모가 너무 커서 중간에 그냥 한쪽에 세워두고 다녔다.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것 자체가 더 힘든 짐이 된 것이다. 유아 동반 방문이라면 유모차 동선이 어떻게 되는지 사전에 꼼꼼하게 확인하고 가길 강력히 권한다.

    키즈클럽 운영일

    키즈클럽 앞까지 기대를 안고 갔더니 운영을 안 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주말과 공휴일에만 운영하는 시설이었다. 사전 조사를 충분히 못 한 내 잘못이라 할 말은 없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이 아쉬웠다. 아이 때문에 일부러 시간 맞춰 동선까지 짜서 갔는데 키즈클럽이 닫혀있으면 방문 목적의 절반이 그냥 날아가는 셈이다. 유아 동반이라면 방문 전에 키즈클럽 운영 요일을 반드시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이 부분은 진심으로 강조하고 싶다.
    점심때가 돼서 밥을 먹으러 식당을 찾아갔더니 단체 대관으로 본관 2층 전체가 이미 막혀있었다. 결국 카페에서 빵이랑 케이크, 음료만 먹고 끼니를 때웠다. 키즈클럽은 내가 확인을 못 한 거라 해도 식당 대관은 방문객 입장에서 꽤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고 돌아다니는 건 어른도 힘들고 아이는 훨씬 더 힘들다. 방문 전에 식당 운영 여부도 반드시 확인하고 가길 권한다. 결국 유아 동반 방문 전에 확인해야 할 건 세 가지다. 키즈클럽 운영일, 유모차 동선, 식당 대관 여부. 이 세 가지만 미리 체크하고 갔어도 훨씬 수월한 하루가 됐을 것이다.

    조건부 재방문 예정

    불편한 점을 죽 열거했지만 공간 자체는 솔직히 예뻤다. 유럽 감성 건물, 꽃, 소품들. 눈이 즐거운 건 확실하다. 다양한 테마의 갤러리도 갖춰져 있어서 박물관처럼 천천히 여유 있게 둘러보면 볼거리가 정말 많다. 다만 아이를 쫓아다니느라 제대로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향수를 자극하는 공간이 많아서 어르신과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아 보였고, 실제로 방문했을 때 어르신들이 꽤 많이 계셨다. 커플이나 아이 없이 오는 어른들한테는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데이트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재방문은 할 거다, 조건부로. 아이가 좀 더 컸을 때 주말이나 공휴일에 맞춰 다시 와볼 생각이다. 그때는 키즈클럽도 이용하고, 드레스도 제대로 입고, 계단도 스스로 오르내릴 수 있을 테니까. 지금은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공간은 분명히 예쁘고 볼거리도 많다. 단지 어린 유아를 동반할 경우 준비 없이 가면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현타가 올 수 있다는 것, 이게 이번 방문의 핵심 결론이다. 잘 준비하고 간다면 충분히 좋은 하루가 될 수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