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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24개월 아이와 로스트밸리
에버랜드 다녀온 날, 집에 돌아와서 아이한테 오늘 뭐 했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딱 한 마디였다. "기린 봤어." 낙타도 보고, 알파카도 보고, 코끼리도 봤는데 아이 머릿속에 남은 건 결국 기린 하나였다. 그게 이날 에버랜드의 전부였다.
로스트밸리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야생동물을 가까이서 관람하는 사파리형 어트랙션이다. 동물원처럼 울타리 너머로 보는 게 아니라 버스가 동물들 사이를 직접 통과하는 방식이라 아이들 반응이 확실히 다르다. 평일 오후 1시 기준으로 대기 시간이 50분 정도 나왔다. 주말이나 성수기라면 훨씬 더 길어질 수 있으니 참고해야 한다. 아이 장난감은 꼭 챙겨가는 걸 추천한다. 대기 줄이 길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 동안 아이가 버텨줘야 한다.
유모차는 탑승 직전에 임시 보관소에 맡기는 구조인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불편하지 않았다. 일행이 있는 경우 줄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합류하는 것도 가능하고, 혼자 아이를 데리고 간 경우에는 별도 줄로 바로 입장할 수 있는 배려도 있다.
버스 안에서는 낙타, 알파카, 기린, 코끼리, 펠리컨, 홍학을 차례로 지나친다. 동물마다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어른이 봐도 꽤 신기한데,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기린이었다. 옆 좌석 사람이 먹이를 건네는 순간 기린이 버스 창문 안으로 목을 쭉 들이밀었다. 그 긴 목이 버스 안까지 실제로 들어온 것이다. 24개월짜리가 그 장면을 바로 눈앞에서 목격했다. 말 그대로 코앞이었다. 로스트밸리에서 나오자마자 입구 근처에 세워진 기린 동상 앞에서 혼자 포즈를 잡고 섰다. 얼룩말 동상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먼저 가서 섰다. 뭔가 꽤 단단하게 머릿속에 박힌 모양이었다.

그리고 뿌빠타운 방문
로스트밸리에서 불씨가 붙었다면 뿌빠타운에서 그게 완전히 터졌다. 카피바라를 보자마자 두 손으로 얼굴에 꽃받침을 하고 온몸을 흔들흔들했다. 처음엔 우연인가 싶었는데 알파카 앞에서도 똑같은 반응이 나왔다. 몸 전체로 좋다는 표현을 하는 24개월이었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온몸으로 전달됐다.
그러다가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물어봤다. "알파카 만져도 돼요?" 당황해서 안 된다고 했는데 그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오히려 웃음이 터졌다. 24개월짜리가 허락을 구하는 방식으로 물어본 것 자체가 새로웠다. 동물을 보고 만지고 싶다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고 허락까지 구할 줄 아는 아이가 됐다는 게 새삼 신기했다. 로스트밸리에서 기린을 보고, 뿌빠타운에서 카피바라와 알파카를 만난 이날 하루가 아이한테는 동물에 눈을 뜬 날이 된 것 같았다.
뿌빠타운은 동물과 비교적 가까이서 교감할 수 있는 구성이라 어린 아이일수록 반응이 크다. 로스트밸리와 함께 동선을 짜면 하루를 꽉 채울 수 있다. 두 곳 모두 에버랜드 자유이용권에 포함돼 있어서 입장료는 별도로 들지 않는다.
실제로 겪어본 혼잡도와 방문 전 챙길 것들
평일에 방문했는데도 줄을 서다가 촬영팀과 마주쳤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안정환 촬영이었다. 평일이라고 한산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람이 꽤 있다. 로스트밸리 대기만 해도 50분이 나왔으니 방문 계획을 짤 때 대기 시간을 넉넉하게 감안해두는 게 좋다.
챙겨야 할 것도 미리 정리해두면 편하다. 유모차는 필수다. 이동 거리가 길고 아이가 지치기 때문에 없으면 훨씬 힘들어진다. 아이 장난감도 반드시 챙겨야 한다. 로스트밸리 대기 줄이 50분이라는 걸 생각하면 아이 손에 쥐어줄 게 없으면 그 시간을 버티기가 쉽지 않다. 유모차와 장난감, 이 두 가지만 잘 챙겨도 훨씬 수월하게 다녀올 수 있다.
입장료는 별도로 들지 않는다. 에버랜드 자유이용권에 로스트밸리와 뿌빠타운 모두 포함돼 있다. 24개월 아이와 에버랜드를 간다면 놀이기구보다 동물 쪽 동선을 먼저 짜는 게 훨씬 맞는 선택이다. 이날 아이 눈에 담긴 건 기린 한 마리였지만 그걸로 충분히 좋은 하루였다.